낫소골프는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국 골프산업 발전에 지대한 공을 세우고 있다. <서울경제 골프매거진>은 낫소골프 청주 공장에서 골프볼 생산 현장을 둘러보고, 40년 넘게 낫소골프의 명맥을 유지해온 송철호 회장과 만나 낫소골프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현재 미 LPGA 투어에서 한 국산 골프볼 브랜드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바탕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이미 수년 전부터 세계 최고의 무대 PGA 투어에서 ‘Made in Korea’ 골프볼이 사용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세계 굴지의 골프용품 브랜드 테일러메이드는 주요 골프볼 모델 케이스에 메이드인 코리아 마크를 새기고 골프볼을 출시하고 있다. 테일러메이드의 골프볼의 생산을 책임지고 있는 국내 기업은 40년 역사를 자랑하는 낫소골프다.
낫소골프는 국내 골프 시장이 형성되기도 전인 1969년에 설립됐다. 설립 이후 전혀 활성화되지 않은 국내 시장 대신 골프볼 생산 수량의 거의 대부분을 일본에 수출, 해외 시장 진출의 물꼬를 텄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2005년부터 테일러메이드의 볼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지난 2009년에는 테일러메이드 전용 공장을 준공해 테일러메이드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낫소골프 심광섭 전무이사의 말이다. “주 1회 이상 미국 테일러메이드 본사 임원들과 화상 회의를 통해 골프볼의 일관된 성능이 유지되고 있는지 상호 확인한다. 그리고 본사 임원들이 종종 내한하기도 해 공장에서 직접 생산 현장을 점검하고 제품 개발에 대해 논의한다.”
낫소골프는 지난 2010년 출시됐던 테일러메이드의 야심작 골프볼 펜타TP(세계 최초 5피스 골프볼) 생산을 도맡기도 했다. 골프볼 생산 능력을 인정받은 덕분에 매출과 수출도 매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수출의 경우 현재 전 세계 40여개국에 이뤄지고 있는데, 2011년 1,700만 달러 규모의 수출액을 기록했으며, 2012년에는 2,000만 달러의 수출액을 달성, ‘제49회 무역의날 2000만불 수출탑’ 수상의 쾌거를 누렸다.
여기에 멈추지 않고 낫소골프는 자체 브랜드 개발에도 열심이다. 국내 최초 우레탄 커버 골프볼 생산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성능을 갖춘 골프볼과 컬러볼을 출시하고 있다.
<생산 공정 100퍼센트 소화>
낫소골프는 테일러메이드의 주요 골프볼을 청주에 위치한 자체 공장에서 생산해내고 있다.
골프볼을 이루는 소재 제작과 배합부터 최종 케이스 포장에 이르기까지 100퍼센트의 생산 공정을 소화한다. 테일러메이드의 골프볼을 포함해 자체 브랜드인 낫소, 연습장용 레인지볼, 국산 브랜드 디아만테, 업계 많은 브랜드의 각종 로고볼까지 모두 마찬가지다. 주목할 만한 점은 고무를 이용해 골프볼 코어를 제작할 때 필요한 고무사출성형기를 개조, 연습용 볼에서 선수들을 위한 투어용 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특색을 갖춘 골프볼을 생산할 수 있는 강점을 갖췄다는 것.
심광섭 전무이사는 “청주공장의 최광진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들이 밤낮 없이 공들인 결과”라고 귀띔했다. 2011년 7월부터는 1년에 골프볼 약 2,500만 더즌을 생산할 수 있는 대량화 시스템도 갖췄다. 일례로 국내 골프연습장에 납품되는 연습용 레인지볼의 경우 과거 20년 동안 90퍼센트, 현재는 약 70퍼센트 정도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최고의 질을 갖춘 최대 물량의 골프볼을 차질 없이 생산해내기 위해 도입한 자동화된 생산 라인은 훌륭한 인적 자원과 시너지를 발휘해 현재 낫소골프의 성과를 일궈냈다.
낫소골프 연구소의 신현식 책임연구원은 “국내에서 이 정도의 생산 라인과 메커니즘을 갖춘 곳은 낫소골프가 유일하다”며 “양질의 골프볼을 단기간에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는 물론 클라이언트의 만족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낫소골프 송철호 회장>
[Mini Interview] “세계 최고 수준 품질 올라, 이제는 마케팅 힘쓸 것”
1969년에 낫소골프가 설립됐다. 오랜 전부터 골프 사업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1970년대 초에 일본에서 골프 붐이 일기 시작했다. 당시 작은아버지가 일본에서 가져온 소량의 골프용품들을 통해 골프를 처음 접하기 시작했고, 사업을 하게 됐다. 당시 우리나라 골프시장은 시장 자체가 거의 형성되지 않았다 해도 무방할 정도였기 때문에 처음에는 일본 시장 수출에 주력했다. 그때를 되돌아보면 우리나라의 골프볼 생산 시설이나 능력은 국제 수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잠깐 반짝하고 사라진 국산 브랜드도 꽤 많았다.
100퍼센트 국내 생산 프로세스와 정확하고 빠른 생산 라인을 보고 놀라웠다.
현재 우리의 생산 시스템과 라인은 세계 그 어느 브랜드와도 견줄 수 있을 만큼 잘 갖춰져 있다. 골프볼의 품질 자체도 매우 뛰어나다. 예전에는 골프볼 제조 공정에 외국 브랜드의 특허가 엄청 많이 걸려 있어 제품 개발에 어려운 점도 많았다. 지금은 부단한 노력으로 그것을 일정 부분 극복한 상태다. 타 브랜드의 특허에 막혀 고민하던 테일러메이드가 우리에게 손을 내민 것도 특허에 대한 우산이 돼 달라는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뛰어난 생산 능력을 갖췄음에도 낫소의 자체 브랜드 제품을 골프볼 시장에서 찾아보기가 쉽지 않더라. 낫소 브랜드를 내세우지 않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모든 분야가 그렇듯 골프 시장도 마케팅이 판매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제품의 품질을 완벽하게 갖추는 것이 우선이고 마케팅은 그 다음이다. 아무리 마케팅을 활발하게 한다 해도 제품의 품질이 떨어지면 오래가지 못한다. 이제는 우리 제품 품질이 일정 수준까지 도달했다는 자부심이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스포츠용품 테스트를 통해서도 낫소골프의 제품이 그 어떤 브랜드에 뒤지지 않는 성능을 갖췄다는 것이 증명됐다. 때문에 타이밍이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앞으로 마케팅 및 프로모션을 점차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단계에 있다.
낫소골프 청주 공장에 가서 사람들을 만나보니 장기 근무자가 많은 게 인상적이었다. 특별한 경영 철학이 있나.
특별한 철학보다도 최대한 가족 같은 분위기를 만드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임직원들에게 회사가 어필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니 그것만큼 중요한 게 없더라. 때문에 권위의식을 버리고 서로를 인간적으로 믿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개인적으로 직원들에게 존경받지 못하면 당장 사업을 그만 둔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다(웃음). 19~20세 때 회사에 들어와 40~50년 이후 임원이 된 후배들을 보면 감개무량하다.
향후 목표가 있다면.
외부로부터 골프볼 이외에도 다른 카테고리를 생산해 브랜드의 입지를 더 키우자는 제안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현재 집중하는 품목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유지하며 관리하는 것이 브랜드의 생명을 유지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내 별명을 스스로 ‘공돌이’라고 지었다. 평생을 볼과 함께 살았고, 이제는 골프볼 하나만 바라보고 살고 있다. 우리 낫소골프의 제품이 언젠가는 소비자들에게 인정받는 날이 올 거라 확신한다.
